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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서툴지만,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3-20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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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부모는 아이 편에서 목소리 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가 처음 교육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 부모의 마음은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내 아이가 그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터, 과연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잘 지도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까지. 어떻게 하면 아이가 기관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 기다려주세요

‘적응’은 장애아, 비장애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적응은 사실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처음에 잘 다니던 아이가 며칠이 지나서 울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울지 않고 잘 다니는 아이도, 낯선 곳에 가자마다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답니다.

적응은 개인차가 아주 큽니다. 그러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마시고, 기다려주세요. 사실, 적응기간을 제공하라는 지침을 많이 봐왔지만, 저는 특수학교에서 유치부 교사로 일할 때 새로운 기관에 왔다고 우는 친구들은 잘 보지 못했답니다.

인지 발달과도 연관이 있겠지요. 낯선 곳을 인지하고, 다음 상황에 대해 예측하는 능력이 조금 발달해야 두려움 불안 등을 울음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다니다가 며칠 뒤 혹은 몇 주 뒤 우는 아이들 같은 경우, 뒤늦게 엄마와 떨어짐을 인지한 경우도 있답니다.

낯선 장소에서 불안해하지 않는 경우, 인지발달이 많이 지연돼 있거나, 혹은 부모와의 애착 문제 등을 의심해볼 수 도 있습니다. 그 외의 경우에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세요.

◇ 정보를 공유해주세요

가정생활과 치료실에서의 일을 담임교사와 공유해주세요. 아이를 파악하는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답니다. 담임교사는 한 달 정도 아이를 관찰 한 후 개별화교육회의를 시작하는데, 이때 가정에서는 하는 활동이 있는데도, 어린이집에서는 못하는 활동이 종종 이야기되곤 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같은 기본 정보에서부터 발달 정보까지 선생님과 공유해주세요.

간혹 담임교사가 아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될까봐 두려워 말씀을 안 해주시는 부모들이 계십니다. 그럴 경우 아이를 파악하는 속도가 늦어져 제대로 된 교육을 시행하는 시기를 늦추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어요. 배변 연습은 어땠는지, 소소한 수면시간, 집에서 식습관은 어떤지 가정에서만 먹고 있는 약이 있는지도 알려줘야 아이의 컨디션을 읽어내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 치료수업시간과 교육시간을 구분해 스케줄을 관리해주세요

가급적 교육시간에는 치료실 이용을 자제해주세요. 간혹 어머님들 중에 ‘우리 아이는 말을 못하는데, 이야기 나누기 시간이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그 시간에만 치료실을 가요.’라든지, ‘자유선택시간에 우리 아이는 혼자 노니까. 그래서 치료실을 가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정규운영시간에 기관을 보내지 않고, 치료수업을 가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통합교육의 목표는 장애아에게도 있지만, 비장애아에게도 있습니다. 바로 ‘친구관계맺기’입니다. 분명 아주 어려운 목표인 점은 맞지만, 할 수 있습니다. 유아기에는 꼭 같이 노는 친구가 아니라, 다양한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존중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장애아가 성장했을 때, 같은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간과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가 잘하지 못해서’라는 이유는 합당하지 않습니다. 잘하는 친구도 있고, 못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에게는 모두 ‘친구’일 뿐이에요. 아이에게 눈으로 관찰할 시간을 주세요.

‘아, 이렇게 못하는 친구도 있구나.’라고 느낄 수도 있고, ‘○○이는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만 가지고 노는구나.’라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도 조금씩 알아갈 수 있겠지요.

어떻게 하면 함께 놀 수 있을지 아이들이 고민할 시간도 주셔야 합니다. 그런 시간 없이 무조건 ‘또래와 함께 놀기’만 목표로 한다면 비장애아에게도, 장애아에게도 가혹한 일이랍니다. 그래서 교육일과 중에는 가급적 학급에서 이방인처럼 들쑥날쑥 지내지 않도록 치료 스케줄을 조정해줘야 합니다.

◇ 첫 단체생활… "내 아이는 호명반응이 없어요"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안전입니다. 아이를 잃어버리는 일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간혹 장애아 미아사건이 한 번씩 언론에 보도되면, ‘원장님 어린이집은 교실 문 꼭꼭 잠그고 다니죠?’라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걱정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안전은 문을 잠근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안전한 장소와 안전하지 않은 장소를 가르치는 게 먼저입니다. 기관에 등원시키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게 호명반응을 가르쳐주세요. 몇 년 동안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아이는 뒤돌아보지 않는다고요?

자, 이제 생각해봅시다. 내가 언제 아이의 이름을 불렀을까요? 가정에서 이름을 부르는 순간을 되돌아 생각해보세요. 보통은 부모가 필요한 순간에 아이를 부릅니다.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밥 먹으라고 부르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목욕하자고 부르진 않았나요? 이름이 불리면 귀찮고 불편한 일을 해야 하는, 혹은 지금의 활동을 못하게 되는 인지공식이 아이에게 만들어지진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호명반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주세요. 특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름을 부르고, 즉시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 또는 보상을 주세요. 작은 캐러멜 하나, 작은 젤리 하나도 좋습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아이 이름을 부르고 쳐다보지 않으면 형제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네’라고 하면 내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주는 겁니다.

호명반응에 반응하지 않으면 제공하지 않아야겠지요. 간식을 주는 동시에 머리 쓰다듬기나 칭찬의 말도 잊지 마시구요. 반복하다보면 이름을 부르면 반응이 생겨날 겁니다. 익숙해지면 호명반응에 성공 시 간식을 주지 않고, 스킨십이나 칭찬의 말을 해주세요. 교육기관의 선생님과 정보를 공유하고, 기관에서도 호명반응을 늘려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 손을 잡고 다니는 연습을 해보세요

어린이집의 보육정원은 1:3, 교육기관의 정원은 1:4입니다. 한 명의 교사가 한 명의 아이만 돌보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기관의 상황이 늘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장학습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 필요하고, 특별실을 찾아가거나, 급식실로 이동해야 하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있을 수 있습니다.

간혹 밖에 나가면 앞으로 무조건 뛰어나가는 아이들 때문에 늘 안고 다니는 부모님도 계십니다. 안전 때문이라고 하지만 언제까지 아이를 안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손잡고 다니는 연습을 해보세요. 처음부터 아이들의 손을 잡는 게 아니라, 성인의 손을 잡고 다니게 지도해주세요. 가까운 거리를 손잡고 이동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안 잡으려고 발버둥을 치면 부모도 지치기 마련입니다. 나들이가 유쾌한 적이 없으니, 나들이를 점점 안하게 되지요.

손을 잡고 다녀야 안전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세요. 아이가 손을 놓으라고 발버둥을 치면 넘어져 조금 다칠 것 같은 상황에서 놓아주세요. 처음에는 아마 작은 상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그 다음 반응은 (진심 걱정되는 표정과 말투로) “어머나, 아프지. 엄마(아빠) 손 잡고 다녀야 안 아픈데, 안 다치게 엄마(아빠) 손 꼭 잡고 다니자.”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도 꾸준히 반복하면 아이들은 상황을 이해합니다.

반복하다보면 손잡고 어딘가 나가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게 됩니다. 물론 아이가 다치지 않고 손잡기를 학습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만 간혹 손잡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힘든 친구들이 있을 때는 써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 신뢰해주세요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부모가 늘 의심하는 상태로 교사를 대하는 순간입니다. 몰래 CCTV를 핸드폰으로 녹화하던 부모님부터, 아이가 손으로 긁은 자국을 교사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SNS나 맘카페에 올려 ‘이거 선생님이 때린 거 같은데 봐주세요.’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글을 쓰시는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모가 믿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아이도 믿고 의지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일과에서 궁금한 게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지 말고, 담임교사에게 직접 물어봐주세요.

처음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는 장애아 부모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어봤습니다. 통합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고 하셨던 부모님이 생각납니다. 비장애아의 재잘대는 목소리에도 눈물이 나고, 한글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는 비장애아 부모의 고민에 화가 날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매일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가끔씩은 누군가 붙잡고 울고 싶을 만큼 서러웠던 날도, 아이의 교육기관에서 있었던 일이라 하셨답니다. 맞습니다. 품안에 자식을 치료실이 아닌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성장시키기 위해 기관을 보내는 일, 즐거울 때도 있겠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 아이의 선생님에게, 부모들에게 상처 받는 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연습하세요. 아이와 나를 위해 단단해지는 연습. 서툴지만 아이 편에서 목소리를 내는 연습. ‘장애’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연습. 아이는 느리지만 함께 발 맞춰 걸어줄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날 것입니다. 첫 시작, 3월. 아이와 부모님을 응원합니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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