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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눈을 맞추고 아이의 말을 들어보세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5-19 조회 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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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추고 아이의 말을 들어보세요
아이가 왜 화났는지 마음을 열고 들어줘야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화창한 주말에 나은공주를 데리고 울산대공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몇걸음 걷지도 않고 힘들다는 둥, 안아달라는 둥 징징댑니다. "아빠가 지금 양손에 짐을 들고 있잖아. 나은이가 걸어야지"라고 해도 징징대다가 결국 길 한가운데 서서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저만치 앞에 가서 오라고 불러도 오지 않고 더 크게 울면서 고집을 부립니다.
​이럴 때는 솔직히 저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낍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다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부드럽게 물었습니다. "나은아, 왜 화났어? 화난 이유가 뭐야?" 화가 잔뜩 난 둣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다시 묻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신발이 불편해. 발이 아파서 그래." 아침에 급하게 신고 나온 신발이라 발에 맞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럼 울지 말고 아빠한테 발이 아프다고 해야지." 저는 타이르고 다시 차로 가서 다른 신발로 바꿔 신겨 주었습니다. "우리 놀이터 갔다가 아이스크림 먹자." 그제서야 기분이 풀린 듯 더 이상 징징대지 않고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만, 아이와 함께 있다보면 아이와 싸울 일이 ​참 많습니다. 밥 먹는데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왔다 갔다하고, 공공 장소나 버스 안에서 아무리 "좀 앉아 있어"라고 해도 금세 장난을 쳐 주변의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TV만 보고 있길래 오늘은 그만 보라고 꺼버리면 난리가 납니다. "이건 하면 안된다고 했지?" 몇번 혼이 나고서도 금새 같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나은공주는 그나마 꽤 순한 편입니다.
그런데도 잠깐만 같이 있으면 수시로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데 하루종일 개구쟁이 아이들과 씨름을 해야 하는 엄마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몇번 불러도 못 들은 척 할 때에는 회초리를 들어서 종아리를 몇대 때려줄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린다고 말을 잘 들을까요? 돌이켜보면 저도 어린 시절에 꽤나 맞고 자랐지만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기보다는 반항심만 늘어났던 것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아니기에 어른들만큼의 판단력과 주의력이 없습니다. 동시에 아이들도 감정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냥 "너는 왜 그렇게 말을 안 들어?"라며 윽박질러서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으며 왜 하지 말라는 것인지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식탁에 가만히 앉아서 밥을 먹는 것이라고 몇번 얘기해도 들은채 만채 합니다. 그리고는 뽀루퉁합니다. "나은이는 왜 자리에 안 앉는거야?" 대답을 안 합니다. "나은이는 놀고 싶었어?"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은이가 놀고 싶었구나. 그럼 밥을 먹고 나서 놀면 되지. 밥 빨리 먹고 우리 다시 놀자." 그제서야 군말 없이 자리에 앉아 밥을 먹습니다. 아이의 마음부터 읽어야 설득도 좀 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매번 이렇게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집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더니 "알고야 있지. 그런데 체력이 딸려서...."라고 말합니다. 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체력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야."
권위적인 문화 속에서 우리는 자기 말을 하는데는 익숙해도 남의 말을 듣고 공감하고 설득하는데 서툽니다. 왜냐하면 배운 적이 없으니까요. 대화와 소통은 상대를 나와 동등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를 중시하다보니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속을 터놓고 얘기하기보다 일방적인 지시만 있을 뿐입니다.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고 또한 그걸 용납하지 않기에 그냥 화를 속으로 삭힐 뿐입니다. 직장만이 아니라 부부끼리도, 부모와 자식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뾰루퉁해 한다고 덮어놓고 나무라거나 고집대결을 벌이는 대신, "왜 화났어?"라고 물어보세요. 아이와 눈을 맞추고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에게 "아빠는 지금 화났어"라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일단 아이의 말을 들어본 후에 이래서 안되는 거야, 라고 설득하세요. 이것은 아이에게도 좋은 교육이 됩니다. 첫째로, 자아존중감을 높여주고 둘째로,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만들어주며 셋째로, 자기 의사를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누군가가 내 기분을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불만과 스트레스가 상당부분 해소됩니다.
육아란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잘 키우는 것이 힘든 법입니다. 아이에게 좋은 인성을 만들어 주려면 부모부터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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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성욱(atena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