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과자 58.3% '나트륨 함량은 성인 기준'
영유아와 성인의 권장 섭취량 차이 커…과다 섭취 우려
영유아용 과자 10개 중 6개가 나트륨 함량을 해당 연령대가 아닌 성인을 기준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최현숙 소장)는 대형마트와 제조사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남양유업, 매일유업, 보령메디앙스, 서울우유, 일동후디스, 종근당, 풀무원 등 7개사의 총 60개 영유아용 과자의 나트륨 함량을 조사한 결과, 권장량 대비 비율을 연령 기준에 맞게 표시한 제품은 25개(41.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35개 제품(58.3%)은 성인을 기준으로 표시하고 있었고 9일 밝혔다.
나트륨 1일 권장량은 식품에 표기된 영양성분표에 있다. 해당 식품의 1회 섭취량을 기준으로 나트륨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mg), 포함된 양이 권장 섭취량의 몇 %를 차지하는지 적혀 있다.
문제는 나트륨 권장량이 연령에 따라 다름에도 성인을 기준으로 표기한다는 점이다. 영유아의 권장 섭취량은 성인보다 낮아 최대 1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생후 5개월까지는 120mg, 6~11개월 370mg, 1~2세 700mg, 3~5세 900mg이고, 성인 권장량은 2000mg이다. 
예를 들어 1회 섭취량에 포함되는 나트륨이 50mg이라면 성인 권장량 2000mg을 기준으로는 권장량의 2.5%를 섭취하는 것이지만 2살 어린이를 기준으로 하면 7%를 먹는 것이다.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컨슈머리서치가 "영유아 과자에 나트륨을 성인 기준에 맞춰 표시하면 과다 섭취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성인을 기준으로 나트륨 함량을 표기해 포함량이 적게 표기된 제품이 많았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제품은 보령메디앙스의 '베이비오 유기농 쿠키 치즈레시틴'. 이 제품의 나트륨 함량은 85mg으로 성인 기준으로는 4%에 그쳤지만 제품의 대상 연령인 생후 10개월을 기준으로 하면 23%에 이른다. 무려 5배 이상의 격차가 난다.
종근당의 '이유 유기농비스킷 치즈칼슘(60g, 12개월부터)'의 경우 1회 제공량(30g)당 나트륨 함량을 하루 권장섭취량의 6%로 표시하고 있지만 영유아 기준으로는 17.1%다.
 
◇ 나트륨 함량 표시 기준 제각각
나트륨 함량 표시 기준이 업체마다, 제품마다 다르다는 사실도 드러났다.보령메디앙스 '베이비오 유기농쿠키 계란칼슘'과 일동후디스 '아기밀냠냠 치즈볼'의 나트륨 함량은 똑같이 2%다. 하지만 보령메디앙스의 제품은 성인을 기준으로 했고, 일동후디스는 유아를 기준으로 측정했다. 두 제품의 실제 나트륨 량(1회 섭취량)은 각각 45mg, 7mg으로 6배 이상 차이 난다.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표시 기준이 다른 사례도 있다.
매일유업의 '맘마밀 요미요미 유기농쌀과자' 류 6개 제품은 해당 연령을 기준으로 표시하고 있는 반면 '맘마밀 요미요미 한입쏙쏙요거트' 3종은 성인을 기준으로 했다. 일동후디스 역시 '아기밀 냠냠 칼슘웨하스' 등 17개 제품은 대상 연령에 맞춰 표시한 반면 '아기밀 냠냠 그릭요거볼 딸기' 등 9개는 성인을 기준으로 했다.
 
◇ 대상 연령에 맞는 표기 강제할 규정 없어
현재로서는 영유아 과자에 나트륨 함량을 표기할 때 성인을 기준으로 해도 막을 법규가 없다.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의 표시 기준에 따르면 0세에서 5세까지인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식품은 영양성분을 표시할 때 식약처가 제시하는 '영양소 기준치(만20~64세의 권장 섭취량 평균)' 혹은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 중 '해당 집단의 권장 섭취량'을 기준치로 하라고 권장한다.
영유아 과자 관련 업체들은 이 기준을 근거 삼아 "영유아 제품이라고 해도 전 연령층이 먹을 수 있어 포괄적으로 표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도 "과자나 우유의 경우 폭넓은 연령대가 먹을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성인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소장은 "올바른 영양 섭취가 중요한 영유아 식품의 나트륨 함량이 성인 기준으로 표시돼 부모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다"면서 "자칫 과다 섭취로 인한 건강상 위해도 우려되는 만큼 아이들 기준에 맞도록 표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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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기자(eunsil.kim@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