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세계 각국의 책 읽기 문화
아이에게 책 읽히려는 마음은 전세계가 공통

독서는 어휘력을 발달시키고, 이해력과 집중력을 높여 아이의 학습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에게 책 한 장이라도 더 읽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한국 아이들의 독서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활발한 독서 문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다면 독서강국이라 불리는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어떤 독서 문화가 자리잡았을까? '책으로 노는 집'(김청연·최화진 저, 푸른지식, 2012)을 통해 해외의 다양한 독서 문화를 살펴봤다.

독서 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독서 문화가 탄탄히 자리를 잡은 영국에서는 아이가 잠들 때 책을 읽어주는 문화가 지금도 전통으로 내려온다. ⓒ베이비뉴스

◇ 영국의 '잠들기 전 책 읽어주기'

독서 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독서 문화가 탄탄히 자리를 잡은 영국에서는 아이가 잠들 때 책을 읽어주는 문화가 지금도 전통으로 내려온다. 이런 문화를 '베드타음 스토리' 또는 '베드타임 리딩'이라고 부른다. 영국 아이들의 약 90%는 매일 밤 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든다. 매년 3월 한 주일을 아예 '잠들기 전 책 읽어주기 주간'으로까지 정해놓고 실천하는 가정도 있다.

'잠들기 전 책 읽어주기' 문화는 전통적인 '이야기 말하기'의 한 형태로 아이들을 편안한 상태에서 재우자는 목적이 있다. 부모가 귀찮은 일로 여기기 쉬운데, 이야기 말하기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가정 안에서 규칙적으로 이런 시간을 마련해두고 꾸준히 실천하면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무엇보다도 긴장을 풀고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부모의 달래주는 듯한 목소리는 아이가 편안한 상태에서 잠드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숙면의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소득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 영국의 '북스타트'

북스타트는 생후 8개월을 전후한 시기에 건강검질을 위해 보건소를 찾는 아기와 보호자에게 그림책 두 권과 보호자용 가이드북, 육아에 도움이 되는 지역 정보와 도서관 회원 카드 등이 담긴 가방을 건네주는 운동이다.

무엇보다도 북스타트에 참여한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즐거운 활동으로 여긴다. 한 논문에 따르면 북스타트 팩을 받은 부모 가운데 약 72%가 자녀를 위해 더 많은 책을 구입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 창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점이다. 북스타트 팩을 받은 가정 가운데 약 28%가 아이와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분석도 있다. 이 운동의 성과는 지역 도서관과 책에 관한 정보 꾸러미 하나가 가정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증명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영리 민간단체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과 '책 읽는 사회 문화재단' 주최로 지난 2003년 '북스타트 코리아'가 탄생했다. 10여 년이 지금 지금, 북스타트 운동은 전국 각 지자체에서 활발하게 이뤄져 현재 전국의 231개 도서관에서 시행한다.

◇ 독일의 '큰 소리로 일기'

독일독서재단에서는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레제스타트' 캠페인을 진행한다. 레제스타트란 독일어 '읽다'(lessen)와 영어의 '시작하다'(start)를 합친 말로 영국의 북스타트 운동을 모델로 삼아 지난 2006년 시작됐다.

'레제스타트'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문화를 알리면서 책 읽기를 일상에 숨은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인식하게 하는 운동이다. 독서재단은 사람이 어린 나이에 책을 접할수록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발전한다는 데서 이런 운동을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이 캠페인은 독일로 이민을 온 이주자를 위해 다양한 언어로 진행한다. 다양한 언어로 알려지므로 이주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들의 모국어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 일본의 '우치도쿠'

'우치도쿠'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정 독서 프로그램으로 자녀와 부모의 소통을 돕는 구실을 톡톡히 한다. 이 프로그램은 가족이 독서 습관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이 가족 독서 운동은 현재 상당수 일본 지자체에서 채택해 각 가정에 권장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구체적인 시행 약속이 있다. '가족 모두가 같은 책 읽기', '그 책을 주제로 이야기하기', '감상 노트 기록하기', '자기 속도로 읽기', '가정 문고 만들기' 등이다.

약속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운동에서도 책은 목적이 아닌 도구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가족 간 대화를 늘리고 소통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캐나다와 핀단드의 공공도서관 프로그램

아이들을 성적으로 경쟁시키지 않고, 자율성을 중시하는 걸로 알려진 핀란드는 공공 도서관을 잘 구축해놓고 있다.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공공 도서관을 하나씩 설치하자'는 것이 핀란드 정부의 목표.

현재 핀란드의 지역 공공 도서관 수는 319개고, 분원 도서관은 약 500여 개가 된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서는 책을 실은 버스가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북모빌'도 운영한다.

이렇게 공공 도서관 시스템이 잘 구축된 덕에 가정에도 일상적으로 책을 읽는 문화가 발전했다. 핀란드에서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저녁 식사 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지거나 아이들이 잠자기 전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로 자리를 잡았다.

캐나다 공공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프로그램의 일부로 연령대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모아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 시간'과 혼자 책을 읽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 전화'등도 운영한다.

이유주 기자(yj.lee@ibabynews.com)
출  처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