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있다면 제발 나 좀 알려주세요” “가정을 포기하고 있어요. 이혼 위기랍니다” “절대 불가능 하죠” “둘 다 잘하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첫째입니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에서 ‘3040세대’ 150여명에게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나만의 ‘노하우’를 물어 봤을 때 나온 대답들이다. 이들의 대답에서 일과 가정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가족을 지나치게 중시하면서도 가족에게 너무 소홀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나다. 자녀의 생일 날조차도 직장 회식이 생기면 일단 회식에 먼저 참여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45%에 이르고 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5가구 중 1가구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30분 미만이며 심지어 전체 가구 중 14%는 가족과 같이 저녁식사조차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자녀 중 48.8%는 아버지와 대화가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는 자녀는 고작 4%에 불과했다. 이처럼 소중한 가족인데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달에 한 번도 정시 퇴근하기 어려운 사회, 가족을 위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희생하며 열심히 일만 했는데 어느 날 가족 내 ‘왕따’가 돼 있는 초라한 자신을 발견했다는 사회, 이러한 우리사회 가족들의 현주소를 말해 주는 수치들을 볼 때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가족의 위기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의 풍요로움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우리의 결과의 가장 어두운 부분은 가족의 위기라는 것이다. 일과 가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양대 축이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귀중한 우리 삶의 영역이며 국가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러나 세계가 놀랄 만한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그 동안 우리는 마치 일과 가정이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소중한 가족의 한 부분을 희생해 왔다. 이제 이런 환경이 바뀌고 있다. 일과 가정의 ‘공존’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가정이 화목하면 근로자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바로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독일의 ‘헤르티에 재단’에 따르면 가족친화 경영을 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생산성이 3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최근 들어 가족 친화적 경영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의 근로자들을 위한 가족 친화적 경영 방식도 다양해졌다. 가족이 건강해야 근로자가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근로자 대상 정기 건강검진을 가족 단위로 확대하는가 하면 육아, 가족간호와 같은 가족내 돌봄 노동을 지원하기 위해 직장보육 시설은 물론 가족간호 휴가제, 간병서비스 지원 등을 위한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다. 심지어 가정 불화와 같은 다양한 가족 위기 방지를 위한 상담 지원을 하는 기업들도 있다. 오늘날 세계화 속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과 국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가족의 희생 위에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대는 가고 있다. 더 이상 가족의 행복이 전제되지 않은 경쟁력 우위란 있을 수 없다. 남성들조차도 ‘아버지 출산 휴가제’ ‘아버지 육아 휴직제’에 대한 찬성률이 80%가 넘을 정도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일과 가정이 공존할 수 있는 가족친화 경영을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두고 있다. ‘일과 가정이 공존 ’, 세계화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명백한 우리 시대의 과제다. 해마다 7월1일부터 7월7일까지 지속되는 올해의 여성주간은 이러한 의미에서 어느 때보다 의미가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올해 여성주간의 주제다.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삶을 풍요롭게” 일과 가정이 공존하는 사회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글: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