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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9-13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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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네가 뚱뚱해? 넌 안 뚱뚱해"

우리 집 어린이는 옷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옷가게도 있고, 굳이 옷을 사지 않더라도 매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는 것은 더 좋아한다. 옷과 장신구에 관심이 없는 나와는 다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자주 찾아가는 쇼핑몰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옷가게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배꼽이 살짝 드러날 정도로 짧아 보이는 티셔츠를 만지작거리고 있기에 한번 입어보라고 일렀다. 그러자 아이는 도리질을 친다. 관심 있는 옷을 마다하는 아이의 모습에 조금 놀라 이유를 물어봤다.

“배가 나와서 이렇게 배꼽이 보이는 옷은 입을 수 없어. 난 뚱뚱하잖아.”

“뭐? 네가 뚱뚱해? 넌 안 뚱뚱해. 넌 건강한 일곱 살 친구야. 그리고 배가 살짝 보이는 게 이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배가 홀쭉하든 볼록하든 누구나 이런 디자인 옷을 입을 수 있어.”

“아니야, 엄마. 난 뚱뚱해서 이런 티셔츠는 입으면 안 돼. 안 이쁘거든.”

아이들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를 아주 좋아한다. 아이들 눈에도 이 호텔은 멋있어 보이나 보다. ⓒ김보민

옷가게를 둘러보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생각이 많아졌다. 아이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본인의 몸을 뚱뚱하다고 생각했을까? 혹시 아이가 자신의 몸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내가 실수한 것은 없을까? 요즘 들어 아이 둘 낳고 얻은 묵은 살을 뺀다면서 살 빼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나의 말들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아이에게 뚱뚱하다고 말을 건네었던 것일까? 가끔 같이 보는 여자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여자들의 몸과 자신의 몸을 비교했을까?

아이에게 슬쩍 너 자신을 왜 뚱뚱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어느 시점부터 동네 친구들의 몸과 자신의 몸을 관찰하며 비교한 모양이었다. 아이는 본인을 둘러싼 사람들과 그들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모습과 비교, 대조한 후, 좋고 나쁘다는 판단까지 덧붙이고 있었다. 그 결과 제 몸에 대한 결과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뭔가 부족한 상태라고 판단했고, ‘뚱뚱한 몸’이라 스스로 표현했다. 아이는 볼록 나온 자신의 배를 ‘뚱뚱하다’고 표현하며 숨기고 싶어 했고, 드러내면 안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실 ‘뚱뚱하다’는 단어 자체에는 긍정도 부정도 없다. 생물 또는 물체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일뿐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뚱뚱하다’는 표현은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이다. 뚱뚱한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넘어 피해야 하고 극복해야 하는 상태로 생각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뚱뚱한 상태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몸집이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상황을 떠올려봤다. 선입견이 있는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방을 온전하게 바라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본인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상황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 아이가 거울을 통해 마주하는 본인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 것은 부모로서 안쓰러운 일이었다.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으스대는 것을 보는 것도 안쓰럽기는 매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아이는 곧 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세 번째 유치가 빠지기 직전이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다. 사람은 늘 변화하는 그 과정에서 오늘을 살아내고 있고,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 과정에 아이도, 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줘야 했다.

“넌 지금 자라고 있어. 네가 하루 세 번 먹는 음식은 몸 구석구석에 좋은 영양소로 바뀌어서 쌓이고 있고 네 몸이 그것을 필요할 때마다 너도 모르는 사이에 꺼내어 쓰고 있을 거야. 살이 조금 찌듯 키도 크기 시작할 테고 그러면 네 몸은 지금과 또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거야. 요즘 코비드 때문에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고, 달달한 음식을 자주 먹어서 배가 볼록 나올 수는 있어. 개학하고 다시 학교에 가고, 간식을 덜 먹기 시작하면 네 몸은 또 변할 거야. 앞으로 계속 네 몸이 변화하는 모습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자. 엄마는 너의 지금 모습도 좋고, 앞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좋아할 거야. 난 네가 어떠한 모습이어도 상관없이 좋으니까. 너도 그런 네 모습을 좋아하면 좋겠어”

아이가 볼록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보고 옷을 당겨 감추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나를 뒤돌아본다. 요즘 나는 운동에 한창 재미를 붙여서 매일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고 나면 군살이 좀 빠졌는지, 근육은 좀 붙었는지 거울을 들여다본다. 나는 왜 살을 빼고 싶었을까? 두 번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얻은 살들을 빼겠다는 다짐은 순수한 건강 추구가 이유였을까. 혹은 임신과 출산을 한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벗어나고 싶은 몸부림이었을까.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뚱뚱한 것도 괜찮다고 했지만 나도 뚱뚱한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나부터 변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운동을 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려 노력을 하고, 과당 함유율을 체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이번 기회에 나 스스로 '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를 비롯한 누군가의 상태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의미를 부여하지 말 것, 나를 비롯한 누군가의 상태를 속속들이 모르는 경우라면 넘겨짚어 평가하지 말 것, 나를 비롯한 누군가가 그 상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는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 이번 일을 계기로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몸’, ‘여성의 몸’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천천히 나눠볼 생각이다.

아이를 키우며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성차별, 여성의 몸을 향한 세상의 잣대 등에 예민하고 민첩하게 대처하려 애쓴다. 하지만 집에서 아무리 많은 고민을 하고, 적절한 태도로 대화를 하고 행동을 해도 나의 노력이 부족할 때가 더 많다. 아이는 이미 내 품을 떠나 다른 공간에서 더 큰 세상을 만나고 있고, 나도 더 배우고 더더욱 고민해야 하는 주제들이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부모도 같이 자란다는 말, 그 말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보민은 '한국땅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산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라는 호기심으로 2년째 싱가포르에 체류 중이다. 싱가포르에 올 때 4살이던 첫째와 생후 2개월이던 둘째는 어느덧 각각 6살, 26개월로 훌쩍 자랐다. 365일 여름이고, 아시아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주로 영어를 쓰고, 작은 나라이면서도 어마어마하게 큰 아시아를 가르쳐주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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